없는 일로 고소당했다는 걸 알면 곧바로 상대를 맞고소하고 싶어집니다. 그 마음은 당연하지만 순서를 거꾸로 하면 일이 커지기 쉽습니다. 우선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응할 자료를 정리하고, 무고 고소는 그 요건과 입증 자료를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순서가 왜 중요한가
같은 일을 두고 두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받는 성범죄 수사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가 받게 될 무고 수사입니다.
무고죄가 되려면 상대가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여야 합니다. 두 사건은 사실관계가 겹칠 수 있으므로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과 확보한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무고 고소의 시점은 허위 신고를 뒷받침할 자료와 각 사건의 진행 상황을 살펴 정합니다.
무혐의와 무고죄는 기준이 다릅니다
- 내 사건 무혐의·무죄: 처분이나 판결의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 상대의 무고죄: 신고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혐의를 받고도 무고 고소가 각하되거나 불기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대가 사실을 잘못 알았거나 스스로는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고 보이면, 무고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고소 사실을 안 지금 할 일
기록부터 붙잡기
| 자료 | 챙길 때 주의할 점 |
|---|---|
| CCTV(상가·건물·엘리베이터) | 보존기간이 짧아 며칠이면 사라지니 바로 보존을 요청합니다 |
| 메신저·문자 | 지우지 말고 날짜와 시각이 보이게 캡처합니다 |
| 통화 내역 | 통신사 상세 내역을 발급받습니다 |
| 카드 결제·교통 기록 | 동선과 시각을 맞춰 보는 데 씁니다 |
| 목격자 | 함께 있던 사람이나 직원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깁니다 |
억울할수록 대화를 지우고 싶어지지만, 삭제된 자료는 포렌식으로 복구되는 경우가 많고 지운 사실 자체가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같은 대화는 상대 휴대전화에도 남아 있습니다.
상대와 연락하지 않기
해명하려고 보낸 메시지가 수사기록에는 회유나 협박으로 남기도 합니다. 접근금지 조치가 이미 내려진 상태라면 연락 자체가 조치 위반입니다. 연락받은 날의 준비 순서는 성범죄로 입건됐다는 연락을 받은 날, 순서대로 할 일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조사에서 다툴 것 정하기
사실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으면 준비 없이 조사에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억울한 사건일수록 그게 가장 위험합니다.
그날의 동선을 시간순으로 적고 카드 내역과 위치 기록에 맞춰 고칩니다. 어긋나는 지점을 미리 찾으려는 것입니다. 기록과 다른 답이 하나 나오면 진술 전체가 흔들립니다.
부인하는 방식도 정해야 합니다. “그런 적 없다”로 일관하는 것과, 있었던 일은 인정하면서 상대가 주장하는 성적 의도나 강제성을 다투는 것은 전혀 다른 전략입니다. 사실관계에 맞는 쪽을 먼저 고릅니다.
상대 진술의 어느 대목을 다툴지도 정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은 그 자체로 증거가 되고, 법원은 진술이 일관되는지, 객관적 자료와 맞는지를 따집니다. 조사실에서 쓸 수 있는 권리는 성범죄 조사, 출석 전부터 조서 서명까지 쓸 수 있는 권리를 참고하십시오.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할 세 가지
내 사건이 불송치·불기소·무죄로 끝났다면 그때 다음을 정합니다.
- 무고 고소: 처분 이유서가 출발점입니다. “증거 부족”으로 끝났는지, “허위임이 확인된다”는 취지가 있는지에 따라 실익이 달라집니다.
- 민사 손해배상: 형사와 별개 절차이고 요건도 다릅니다. 형사에서 무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민사 청구는 따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 명예훼손: 상대가 고소 내용을 주변에 퍼뜨렸다면 따로 검토합니다.
처벌을 구할지, 금전적 회복을 구할지, 명예 회복이 먼저인지 정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합의금을 요구받았을 때
수사 중에 상대가 돈을 요구하며 고소 취하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액이 지나치게 크거나, 거절하면 더 큰 일이 생길 것처럼 압박한다면 공갈이나 강요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섣불리 대응하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합의가 잘못된 선택인 것은 아닙니다. 억울하더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 실익인 사건도 있습니다. 다만 합의서에 어떤 사실과 의사를 담는지에 따라 이후 주장과의 관계가 문제 될 수 있으므로 문구와 사건 경위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미 기소됐거나 1심에서 유죄가 나왔다면
1심 판결로 끝나지 않습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 내지 못한 자료를 새로 제출하거나, 상대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다툴 수 있습니다.
처분 이유와 자신의 주장을 대조하기
결과 통지를 받았다면 결론 한 줄만으로 상대방의 책임을 단정하지 마세요. 어떤 사실이 확인됐고 어떤 부분의 증거가 부족한지 읽어야 다음 절차에서 주장할 내용을 정할 수 있습니다. 조사에서 제출했던 자료와 새로 확보한 자료도 나눠 정리합니다.
온라인이나 주변 사람에게 상대방의 신원을 공개하면서 억울함을 설명하는 행동은 별도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필요한 설명은 사건 절차 안에서 자료와 함께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상대방의 신고가 허위라고 생각하는 근거도 감정적 표현과 구분해 구체적인 사실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 제안을 받았다면 원문과 전달 경로를 보관하고, 원하는 해결 방식과 합의서 문구를 검토하세요. 금액이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모든 법적 쟁점이 정리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