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사실을 알고 나면 곧 출석요구서가 옵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말하지 않으면 불리해지는지가 한꺼번에 걱정됩니다. 조사 단계에는 법으로 정해 둔 절차가 여럿 있고, 조사받는 사람이 직접 쓸 수 있습니다. 출석 전, 조사 중, 서명 직전으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출석 전에 정할 것
출석 날짜 연기
경찰 출석요구서는 법원이 발부하는 소환장과 성격이 다릅니다. 질병, 업무 일정, 변호인 선임 준비처럼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면 일정을 미뤄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요청이 받아들여졌는지는 담당자에게 따로 확인해야 하며, 일정이 바뀌었다고 임의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해서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청구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연기는 막연히 미루려고 쓰기보다 조사 전에 준비할 시간을 얻는 데 써야 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피의자도 일정 단계부터는 고소장 사본이나 요지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사 초기에는 수사기관 재량으로 제한되는 일도 적지 않으니, 언제 어느 범위까지 볼 수 있는지를 미리 확인합니다. 자세한 범위는 성범죄 고소장, 조사받기 전에 내용을 볼 수 있을까에 있습니다.
조사 중에 쓸 수 있는 권리
진술거부권
헌법 제12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합니다. 이 권리를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유죄의 정황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과, 변호인과 정한 범위에서 필요한 부분만 진술하는 것은 전략이 다릅니다. 어느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는 사건 성격에 따라 달라지므로 조사 전에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변호인 참여권
피의자는 조사에 변호인을 동석시킬 수 있고, 변호인은 조사 도중 의견을 진술하거나 부당한 신문 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수사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참여를 막으면 나중에 절차적 하자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됩니다. 조사가 잡혔다면 변호인과 함께 들어갈지부터 먼저 정해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신분이 바뀌는 순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가 조사 중에 혐의점이 드러나 피의자로 바뀌는 일이 있습니다. 바뀐 순간부터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받아야 하고, 고지 없이 받은 진술은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질문 방향이 달라졌다고 느껴지면 지금 어떤 신분으로 조사받는지 묻습니다.
대질조사 요구
대질조사는 상대방과 한자리에서 진술을 맞대어 보는 절차입니다.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법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거부하면 수사기관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서, 응할지와 어떻게 임할지를 미리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가 되는 것과 다툴 수 있는 것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만으로는 독립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보조적인 정황 자료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고, 검사는 본인이 동의해야 진행되므로 강제되지 않습니다.
포렌식 별건 자료: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에 적힌 혐의사실과 관련된 범위에서만 자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범위 밖 자료가 나오면 별도 영장을 받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벗어나 확보한 자료는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포렌식에서 어떤 자료가 어떤 범위로 확보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서에 서명하기 전
조사가 끝나면 조서를 직접 읽고 서명·날인하기 전에 내용을 확인하고 정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서명한 뒤에는 내용을 바꾸기가 훨씬 어려워지니, 실제로 한 말과 다르게 적힌 곳이 없는지 이 단계에서 꼼꼼히 봐야 합니다.
경찰 판단 이후 송치·불송치, 검찰 처분과 법원 판단 등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체 흐름은 성범죄 사건은 어떤 순서로 흘러가나에서 이어집니다.
조사 준비 메모와 진술을 구분하기
사건 전후를 정리한 메모에는 확실한 기억과 자료를 보고 확인한 내용을 따로 표시하세요. 추측한 부분을 실제로 본 것처럼 답하지 않기 위한 준비입니다. 질문에 포함된 시각이나 장소가 기억과 다르다면 어느 부분이 다른지 설명하고, 이해하지 못한 질문은 뜻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자료를 제시받았을 때는 무엇을 보여 주는 자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장면이나 문장만으로 전체 경위를 단정하지 말고, 본인이 아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구분합니다. 불리해 보이는 질문을 피하려고 없는 일을 덧붙이면 이후 기록과 설명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조사 후에도 남겨 둘 기록
조사가 끝나면 날짜와 장소, 참여자, 주로 확인한 쟁점을 적어 두세요. 추가 자료 제출이나 다음 출석을 안내받았다면 기한과 전달 방법을 별도로 기록해야 합니다. 이미 제출한 자료의 사본과 목록도 보관하면 이후 질문에 대응할 때 도움이 됩니다.
조서 확인 중 수정 요청을 했다면 어떤 표현을 바로잡으려 했는지 기억나는 범위에서 정리합니다. 조사 뒤 빠진 내용을 알게 된 경우에는 보완할 필요와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뒤늦게 설명을 더하는 경우에는 왜 처음 진술에서 빠졌는지도 사실대로 알려야 합니다.
기기 제출 등 조사 외의 요청을 받았다면 조사 진술과 섞지 말고 별도 항목으로 정리하세요. 요청받은 방식과 범위, 받은 서류를 함께 확인해야 후속 절차에서 누락을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