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처벌보다 먼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 내 사건이 어디쯤 와 있고, 다음에 무엇이 정해지는지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다섯 단계를 지나고, 단계마다 결정되는 것이 다릅니다. 한 단계를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도 생깁니다.
※ 일반적인 절차를 정리한 글입니다. 실제 진행과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섯 단계 한눈에 보기
| 단계 | 정해지는 것 |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 | 대략의 기간 |
|---|---|---|---|
| 1. 수사 개시(고소·신고·인지) | 혐의 범위, 조사 일정 | 첫 진술의 방향 | 연락 후 수일~수주 |
| 2. 조사와 강제수사(피의자신문·압수·포렌식) | 증거의 범위, 구속 여부 | 스스로 낸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나온 다른 사건 자료 | 수주~수개월 |
| 3. 검찰 처분 | 재판에 갈지, 어떤 처분인지 | 기소되면 전과 가능성 | 송치 후 수개월 |
| 4. 재판(1심·항소심·상고심) | 유무죄, 형의 종류와 양 | 확정된 판결 | 심급마다 수개월 |
| 5. 판결 후 | 등록·공개·이수명령·취업제한 | 확정 뒤에는 다투기 어려움 | 판결과 동시 또는 이후 |
표의 기간은 목표치가 아닙니다. 사건 규모와 공범 수, 감정이나 포렌식이 있는지에 따라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합니다.
1단계, 연락을 받은 직후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으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날짜부터 정합니다. 어떤 혐의인지,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준비 없이 조사실에 들어가게 됩니다. 첫 조사에서 한 말은 이후 절차 내내 따라옵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다고 바로잡으려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자백 취지 진술이 남은 사건을 항소심에서 뒤집으려면 현장 실측이나 재현 같은 객관적 증거가 필요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2단계, 휴대전화를 내는 순간
조사실에서 가장 자주 받는 요구가 “휴대전화를 제출해 달라”는 말입니다. 이때 내가 동의해서 건네는 임의제출인지, 영장에 따라 가져가는 압수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임의제출이라면 제출 경위와 의사, 혐의와 관련된 정보의 범위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휴대전화가 수사기관에 가면 포렌식이 시작됩니다. 지웠던 파일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이번 고소와 상관없는 자료까지 함께 확인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포렌식 참여권을 행사하고, 혐의와 관련된 자료만 골라 압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압수된 기기는 돌려받는 절차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에 따른 환부·가환부는 압수를 계속할 필요와 증거 사용 등 요건을 함께 검토합니다. 청구만으로 모든 압수물을 즉시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단계에서 체포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합니다. 체포된 경우에는 체포 시점과 방식, 영장 관련 진행 상황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조사실에서 쓸 수 있는 권리는 성범죄 조사, 출석 전부터 조서 서명까지 쓸 수 있는 권리에 정리했습니다.
3단계, 재판으로 갈지가 정해지는 곳
경찰 수사가 끝나면 두 갈래로 나뉩니다. 혐의가 있다고 보면 검찰로 송치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불송치로 마무리합니다. 불송치 뒤에도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내면 사건은 검찰로 올라가 한 번 더 판단을 받습니다.
검찰 처분에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습니다.
- 혐의없음·공소권없음: 처벌 없이 종결되고 재판도 없습니다.
- 기소유예: 혐의는 인정하되 정상을 참작해 끝냅니다. 재판과 형사처벌은 없지만 수사경력 자료는 남습니다.
- 약식기소: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합니다. 법원의 판단이나 정식재판 청구 등에 따라 이후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구공판: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결과는 판결에 따릅니다.
이때 준비하는 자료가 결과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반성문은 쓰는 것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문제입니다. 합의는 피해자 연락처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첫 번째 벽입니다. 초범이라는 사정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4단계, 다툴지 인정할지 먼저 나눈다
기소되면 사실관계를 다툴지부터 정합니다. 증거가 명백한데 부인을 이어 가면 반성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다툴 여지가 있는데 서둘러 인정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눠 대응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하는 경우에는 판결 이유와 불복할 쟁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 증거의 평가나 법률 적용을 다툴지, 추가 자료가 필요한지 구분해 검토합니다. 오래된 사건이라면 공소시효를 먼저 확인합니다. 기산점과 정지 사유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같은 종류의 처벌 전력이 있다면 재범·상습·누범이 각각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봐야 합니다.
5단계, 형이 정해진 뒤에 따라오는 것
형벌과 별개인 처분들이 이어집니다. 요건이 서로 달라서 하나가 인정돼도 다른 하나는 면제될 수 있습니다.
- 신상정보 등록: 대상 범죄와 처분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등록·관리 여부를 확인합니다.
- 공개·고지명령: 전용 사이트 게시와 인근 세대 고지로, 법원이 판결로 판단하며 면제될 수 있습니다.
- 이수명령·수강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판결과 함께 명합니다.
- 취업제한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취업하거나 기관을 운영하지 못하게 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에 따라 약식명령을 포함한 판결과 동시에 선고되고, 기간은 10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선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몰수·추징: 범죄에 쓰인 물건과 얻은 이익을 박탈합니다.
- 자격 제한·당연퇴직: 공무원 등의 신분 상실로, 개별 법률이 기준을 정합니다.
공무원 등 특정 신분에서는 형사처분 외에 자격이나 복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직종과 적용 법, 범죄 유형 및 처분에 따라 요건이 다르므로 신분 관련 규정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받은 문서로 다음 행동 확인하기
같은 사건을 설명할 때도 입건, 송치, 기소, 판결을 혼동하면 현재 상황이 다르게 전달됩니다. 연락한 기관과 문서 제목, 받은 날짜를 한곳에 적고 통지된 결론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세요. 사건번호가 바뀌었다면 이전 번호와 새 번호를 함께 기록하는 편이 좋습니다.
불리한 판단을 받았다고 느껴질 때는 이유를 확인할 자료와 불복 가능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기한이 있는 절차는 결과를 알게 된 시점과 문서를 받은 시점이 중요할 수 있으므로 수령 기록을 보관합니다. 다른 사건의 처리 기간을 그대로 적용해 기다리지 말고 본인 사건에서 안내된 일정을 확인하세요.
상담에서는 이미 제출한 설명과 자료도 함께 보여 주세요. 앞으로 낼 내용만 준비하면 기존 기록과의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 조사받았다면 각 조사 날짜와 주로 질문받은 사항을 나누어 정리합니다. 기억이 달라진 부분은 어떤 자료를 보고 바로잡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건이 표의 순서와 기간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완수사나 추가 조사처럼 앞 단계의 확인이 다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담당 기관과 미완료된 요청을 기준으로 다음 준비를 정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족이 상담을 대신하는 경우에는 직접 받은 통지와 당사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구분하세요. 아직 확인하지 못한 내용을 추측해 채우기보다 담당 기관에 확인할 질문으로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